무자격 보증보험사 공무원도 속는다

사업자가 관공서에 인허가를 받으려면 제출해야 할 서류 중 하나가 '인허가 보증보험' 보증서이다.

그런데 이 '인허가 보증서'를 발급하는 보증보험사가 자격이 안되는 곳이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서류를 담당하는 공무원들 마저 속아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지난 2023년 11월, 골재채취업을 하는 A업체는 전남 강진군에 골재채취 인허가 서류를 제출했고 강진군은 서류상 문제가 없다며 골재채취 인허가를 내주었다.

하지만 서류 중 인허가 보증서를 내준 B 보증보험사가 금융감독원에 허가받지 않은 속칭 무자격 보증보험사로 밝혀졌고 담당 공무원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와 같은 경우는 지난 2023년, 함평군에서도 확인됐다.

한 골재업체가 함평군에 사업 인허가를 신청하면서 무자격 보증보험사의 서류를 제출해 경찰 수사까지 받은 것이다.

이렇게 전국적으로 금융감독원의 허가를 받지 않은 '무자격 보증보험사'는 수십여 곳에 달한다.

일단 공식 보증보험사는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 법적근거가 있는 공공보증보험사이며 민영보증보험사는 단 한곳 뿐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민영 보험사는 서울보증보험 하나밖에 없다”며 “은행에서 지급보증서를 받아오던지 여신전문회사가 신고해서 하는 것은 인정할 수 있을 텐데 그 외에는 사실 가짜다”고 밝혔다.

특히, 민간이 보증보험사를 운영하려면 자본금 300억 원 이상이 있어야 하며, 자본금이 있더라도 까다로운 적격심사를 받아야 한다.

무자격 보증보험사가 활개를 치면서 사실상 가짜서류로 인허가를 내주는 관공서들이 속고 있는 것이다.

공수현 광주 경실련 고문은 “1차로 의심을 하고 꼭 확인을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은행이라던가 서울보증보험 등에 물어봐서 처음 들어보는 '보증회사'라면 의심을 갖고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부실한 업체가 보증서를 받기 위해 무자격 보증보험사에서 보증서를 받으면 인허가를 내준 관공서 사업 자체가 부실 공사로 이어지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무자격 보증보험사가 적발되면 행정처분뿐 아니라 형사 처벌로 이어진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